2019. 12. 17. 11:46ㆍ2017/17 두 번의 타이페이
아버지와 함께한 2017 년 연말의 타이페이
가족들과의 여행은 시간이 지나갈수록
기억이라는 필터의 필름으로 아름다움이 깊어진다
2017년 연말 아버지와 단 둘이서 타이페이을 방문하다
2017년 어느날 아버지는 갑자기 대만에 가보자고 하셨다.
중국 그것도 계림, 황산, 장가계 쪽 자연경관만 고집하시는 분인데
어찌된 영문인지 타이페이에 가자고 하셨다. 나의 아버지는 여행하기가
수월하신 스타일이 절대 아니다. 그래서 단단한 각오가 필요했다.
이미 사이판에서의 경험도 있거니와 다른 나라에 가서도 한국에서 가져갈 것들이 반드시 필요했다.
팩으로 든 소주와 컵라면 같은 것들 말이다.
< DAD IN FLIGHT >
<RAINY TAIPEI MAIN STAION>
타이페이는 이미 익숙한 도시기 때문에
이곳 저곳을 보여 드리기 위한 계획들이 있었다.
지금 지나온 생각은 너무 많은 계획들은 필요없다는 것이다.
물론 계획이 전혀 필요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버지와 함께 공유하는 해외에서의 시간인 것이다.
나는 후반부 그것을 지키지 못해서 아쉬운 여행이 되었다.
사실 여러 장소들은 나는 이미 본 것들이고, 아버지는 다녀온 훗날
의외로 아주 소박한 것들에 대해 만족하셨다.
해외에서 지하철 타보기, 버스 타보기와 같은 것들을 말이다.
<HOTEL CITY VIEW>
그 해 4월에 이미 타이페이를 다녀와서 그런지 마치 다른 도시를 방문하는 그런 느낌이랄까
타이페이는 너무 친숙하다. 그래서 새로운 것을 탐색하려는 시도도 없이
늘 갔던 곳만 가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타이페이는 거의 매번 비가 왔다.
한 번을 제외하면 늘 추적 추적 비가 왔던 기억이 지배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의 비는 꽤 지겨웠다. 그리고 겨울에 방문한 타이페이에서
푹푹찌는 살인적인 더위가 아닌 서늘한 초가을 날씨를 느낄 수 있었다.
타이페이 메인스테이션
우리의 서울역과 역할적으로 닮은 여기
호텔에 가기 전에, 이번에 홍콩에서 맛있게 먹은 팀호완에 들렀다.
타이완 맥주 그리고 심플한 맛의 딤섬들 나는 참 좋았는데, 아버지는 아무 생각이 없으신 듯 하다.
<DAD WITH LOUNGSHAN TEMPLE>
번잡한 대도시 특유의 붐비는 거리를 아주 싫어하시는 아버지를 위해
시먼을 짧게 스캔만 하고 용산사로 가기로 했다.
아마 용산사 근처는 야시장도 있어서 아버지의 정서에 부합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01타워에 오르기로 했다. 여러 번의 방문에도101타워 전망대는 단 한번도 온 적이 없다.
NIGHT SCENE IN TAIPEI
CLOUDY NIGHT ON THE 101
<비오는 101 타워>
어째서 인지 우기도 아닌데 비가 계속해서 쏟아졌다.
사진들을 봐도 몇 년 연속 거의 어두운 톤의 채도가 낮은 사진들이 가득하다.
비가 와서 운치가 있는 것도 한 두 번이지 만약 타이페이에 오래 살게되면
나는 덩달아 우울해질 수도 있을 것 같단 생각을 한다.
<다양한 인테리어 요소들이 많아 근사한 레스토랑>
저녁엔 표우와 아버지와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
맛이 아주 좋은 훠거집 이었다. 아버지는 입맛에 아마 안 맞으셨겠지만
대만에 거주중인 내친구도 아버지를 의식해서 추천을 한 것을 보면 꽤 이름난 훠거집인 것 같았다.
1층에 커피를 마셨는데, 직원들이 나를 타이페이 사람으로 착각했다.
이런 착각도 이제 무척 익숙하다.
< Winter rain in Taipei >
< Relax Hotel Taipei >
<PUB IN XIMEN>
아버지를 먼저 호텔로 보내드리고 내 친구와 시먼에서
그 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했다. 맥주한잔 할 장소를 찾는데 적당한 곳이 많지는 않았는데
시먼은 부산의 서면과 닮은 듯 하지만, 술집이나 바 등이 한국에 비하면 현저히 부족하다.
대만사람들을 술을 한국만큼이나 좋아하지는 않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한국의 알코올사랑은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으니까. 거기에 익숙한 나로써는 그렇게 느낄 수도
여행이 지나서 안 것이지만
아버지는 나와 함께 호텔에서 술을 드시고 싶어하셨던 것이었다.
저녁엔 아버지를 모시고 있다는 책임감에서 오랜 친구들을 본다는 이완된 느낌으로
뭔가 작은 자유의 느낌에 젖었던 것 같다. 내가 나가있는 몇 시간을 아버지는 무척 싫어하셨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효도 여행이 당시엔 엉망의 여행이 되었다.
< Cloudy second day >
다음날은 근교여행이 예정되어 있었다.
아마도 이 근교여행이 없었다면 아버지는 꽤 지루해 하셨을 것 같다.
아버지는 단수이도 101빌딩도 다른 명소들도 별로 감흥이없으실 것 같았다.
아마 샹산에 오르는 것은 좋아하셨을지도 모르겠다.
아버지는 절대로 이런 컷을 찍지 않으시는데
외국인 직원이 억지로 시키니 웬일로 하셨다.
아버지와 함께 찍은 컷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한 한국인 모녀일행이 이 컷을 잘 찍어주셨다.
역시 사진 찍는걸 거부 하시려다가 누군가 찍어주시니 어쩔 수 없이 찍으신 것.
<정말 오랜만에 다시 찾은 지우펀>
예류, 스펀, 진과스, 지우펀 아버지는 모두 각각 좋아하셨다.
여행은 일상의 환경을 순식간에 뒤집기 때문에
비교적 그 기억이 오래 보존된다.
경험을 위한 투자인 셈
행복을 위해 필요한 것들이 무엇이라고 나에게 물어본다면
가족과 함께 한 여행이 그렇지 않을까 싶다.
이 뷰가 보이는 까페에서 짧은 시간 동안 커피를 마셧는데
현지 물가에 비해 굉장히 비싼 가격이긴 했지만, 그 순간의 기억을 좋아한다.
<인산인해>
발디딜 틈조차 없는 지우펀 홍등로
단순히 내려가는 것도 못할만큼 붐볐던 좁은 계단.
제시간에 택시로 돌아가지 못할까봐 조바심이 났다.
저녁은 딘타이펑 대신 일식 철판요리로
택시투어가 무사히 끝나고 대만동생 양태와 함께 디너가 예정되어 있었다.
단 이틀만에 현지식에 거부감을 보이신 아버지는 한식류의 쌀밥을 원하셨다.
한식을 찾긴 했는데,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메뉴가 없을뿐더러 가격표를 보시고 차라리
일본식 철판요리를 드시겠다고 했다. 딘타이펑 예약을 취소하고 일식철판요리를 먹었다.
타이페이 현지 베스트 프렌드 양태
연말이라고 양태가 아버지와 나를 위해 펑리수케잌을 사왔다.
여러모로 고마운 것이 많은 나의 친구
아버지를 호텔에 모셔다 드리고 양태와의 자유시간을 허락 받았다.
그날 나는 아버지와 동행하면서 생긴 긴장이 순간 풀려서인지
약간의 술에 취했고, 시간감각이 무뎌져서 펍에서 놀다 보니 호텔에 늦게 들어갔다.
그것 때문에 아버지가 무척이나 화나셔서 마지막 여행은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없게 되었다.
<BACK TO CITY AFTER VISITING AIRPORT>
마지막날 여행을 원치 않으시던 아버지를 공항에 모셔드리고
어쩔 수 없이 마지막 여정을 위해 시내로 들어왔다.
표우와 함께한 마지막 저녁
표우와 다행스럽게 마지막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완전히 현지 입맛 스타일 식당이었는데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역이랑 닿지 않아 찾아가는 길이 꽤 길게 느껴지긴 했지만 좋은 식당이었다.
젊은친구들이 많은것도 참 마음에 들었는데
비슷하거나 어린 동년배의 현지인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하면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 분위기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아버지와의 타이페이
1년이 지나 지금 거의 이때의 시점으로 다시 쓰는 기행문
당시에는 후회도 했던 여행이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버지와 함께 단둘이 한 해외여행은 난생처음이었고 그나마 간 여행은
누나와 함께라서 그리고 그것이 휴양지라 성격이 매우 달랐다.
앞으로 여유가 있다면, 꼭 아버지가 원하는 여행에 맞춰
다시 한번 같이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부모님과 함께 하는 여행이라면, 부모님의 성향에 따라
패키지 여행이 어쩌면 훨씬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같이 어딘가 갈수 있는거 자체가 행운이라는 친구들의 말처럼
지나갈수록 좋은 추억이 된다는게 진실로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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